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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강의 1탄 - '간격은 선택일까? 필수일까?'

발칙한 강의 1탄 - '간격은 선택일까? 필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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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023년 09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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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강의 1탄
 
“어머니, 지금 뭐하고 계세요?”
(……)
“그런데 속옷은 왜 빨고 계세요?”
(……)
 
질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용히 팬티를 빨고 있던 노인이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있던 다음날부터 온갖 불만과 투정은 민낯을 보았던 며느리의 몫이 되어 버렸다. 산산이 내려앉은 어르신의 자존심은 "의심"이라는 두 글자를 새겨놓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건 하나만 보이지 않아도 며느리에게 다가가 이렇게 이야기 한다.
"다 너 때문이야.” "네가 가져갔지, 누가 가져갔겠어. 이 도둑0"
치매 대상자는 자신의 경험과 주위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들에 대한 수용이 어렵기 때문에 주변 사람을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
치매 대상자를 돌보는 사람이 주로 의심의 대상이 된다.
이 문장이 나에게는 의심의 대상이었다. 왜 치매 대상자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가족을 도둑으로 의심하는 것일까?
치매 어르신도 본인이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시기가 있다. 아무리 인지능력이 어린 아이 수준으로 저하된다 할지라도 자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소변 실수가 부끄러움을 동반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증거다.
"어머니, 뭐 하고 계세요?"
...... (보면 모르니? 팬티 빨고 있잖아)
"그런데 속옷은 왜 빨고 계세요?"
...... (너한테 들키고 싶지 않거든)
아마도 치매 어르신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관계도 간격이 필요하다. 간격의 간 글자는 '사이 간(間)'의 한자어다. 문틈으로 달이 비치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틈"이다.
속성이 다른 것을 엮거나 붙이다 보면 반드시 틈이 만들어 진다.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다. 속성이 다른 두 존재가 만나 관계를 만들어 갈 때는 서로에게 필요한 틈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결국 간격이다.
들키고 싶지 않은 부분을 일부러 들추어 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가족이라는 명목 하에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는 것은 누가 만든 법칙인가? 끈끈한 관계는 소유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다. 존재 자체를 인정해 주는 배려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배려는 어느 정도의 틈이 있어야 가능하다.
아직도 틈을 만들어 놓지 못한 관계가 있으신가요? 눈을 살짝 감아주세요. 귀도 살짝 닫아주세요. 그 천연덕스러움이 의심과의 이별을 선언하는 시작이 되어 줄 것입니다.

 
해당 원고는 실제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전문 강사로 근무하고 계시는 선생님께서 받은 원고로 작성되었습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또는 요양보호사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일상에서의 좋은 내용들을 공유받고 싶으시다면 '너울님의 블로그'를 방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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